하하 개판이네요 16

이상한 말을 되게 아무렇지 않게 하시네

"앞으로의 이야기는 사실을 재구성하여 작성되었으며 특정인과 관계가 없습니다" 나보다 5개월 가량 입사시기가 늦은 Y는 처음 만남부터 뭔가 좀 이상했다. 그녀는 첫만남에 "나도 5개월 전에 이 곳에 들어오려고 면접을 봤었어요. 나 말고 누가 합격했는지 궁금했는데 그게 딱딱쓰구리씨 였군요." 라는 말을 건네며 묘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었다. 그 말을 듣고 어쩌라고 싶은 생각이었지만 초반에야 나름 이미지 관리 한다고 "네 그게 저예요"라고 웃으며 대답을 했고, 이 곳에 정말 들어오고 싶었나보다 라는 생각 뿐이었다. 그런데 Y는 그 이후로도 엄청 이상한 말을 엄청 아무렇지 않게 하곤 해서 나를 당황시켰다.Y는 일종의 자료 호더처럼 내가 가지고 있는 모든 자료의 공유를 희망했는데,내게 없는 자료를 달라고 ..

우리 가게 잠시 휴업합니다.

현업 이슈로 회사 뒷담화는 잠시 쉬어야겠다. 큰 거 몇개 남았는데 구성할 여력이 없다. 거의 아멜리 노통브 소설에 나올 정도의 미친자들이 등장하는 이야기(라고 나는 생각)인데, 이 기력으로 썼다가는 완전 노잼 세줄 요약으로 끝날 것 같아서 잠시 미뤄야겠다. 글을 쓰면서 가장 좋은 점은 내가 내 감정에 오롯이 귀를 기울일 시간이 생긴다는 거다. 그러다보니 굳이 내 말을 듣지 않는 타인에게 내 이야기를 구구절절이 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그렇다고 묵언수행하는건 아니지만, 어차피 타인은 내 이야기를 잘 듣지도 않고 내 감정을 알수도 없다. 내 감정은 오롯이 내가 처리해야 할 몫인걸. 물론 타인도 내 이야기를 듣는게 힘들테니 더 입을 다물어야겠다는 생각도 들고. 아 쉬고싶다

욕도 힘이 있어야 하지

21일 대장정의 반 이상을 달려왔다. 시작할 땐 몸도 마음도 나름 건강했는데, 13일 그 사이에도 팀내 불화와 갈등, 나의 심적인 고통, 업무과중, 감기몸살로 인한 육체적 피로 등등이 발생하여 아무것도 쓸 수 없는 상태가 되어 버렸다. 그래도 지난 13일간 글을 쓰면서 심리적으로 정말 긍정적인 변화가 있었다. 무엇이 어떻다 콕 찝어 말할순 없어도 확실히 마음 한구석에 나를 편안하게 해주는 무언가가 생겨났다고 해야 할까. 근데 또 글쓰기(글의 수준과 상관없이)가 고도의 집중력 혹은 감정이입이 필요한지라 자꾸 부정적인 글만 쓰고 있음+육체피로로 인해 더 날카로워지고 그만쓰고 싶어진다. SNS의 대화창에서 이야기 하는 건 굉장히 휘발성도 강하고, 가끔은 서로 이야기를 듣지 않는 집단적 독백 느낌이 강한데 글은..

차리는 사람 따로 처먹는 사람 따로

"앞으로의 이야기는 사실을 재구성하여 작성되었으며 특정인과 관계가 없습니다"우리팀원들은 넘치는 매력 중 하나는 바로 본인의 직위를 지 멋대로 설정한다는 것이다. 팀장을 제외한 나머지 팀원은 모두 같은 직급의, 같은 일을 하고 있는데 종종 스스로를 팀장 혹은 그 이상의 직위라고 생각하는 인간들이 있다보니 개족보처럼 팀이 굴러가고 있는 상황이다. 주제파악이 안되는 인간 중 최고는 우리팀 유일무이 청일점 남직원인데 굉장히 굉장하다ㅋㅋㅋㅋㅋ솔직히 말하면 과거에 무슨일을 했었는지, 어떤 직위에 있었는지 누가 알바냐. 지금 직장에 맞는 태도와 업무방식을 취하지 않을거면 대체 뭐하러 이직을 했나 싶은데, 이 남직원은 자주 본인이 상사라도 된 듯이 굴곤 했었다. 나이에서 오는 권력+사회에서 남성이라는 성별에게 쥐어..

할 수만 있다면 그때의 나에게.

"앞으로의 이야기는 사실을 재구성하여 작성되었으며 특정인과 관계가 없습니다" 우리팀에는 나와 동갑내기인 직원이 하나 있다. 태어난 연도만 같을 뿐이지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나와 정반대의 유형의 사람인데, 그 이와 대화할 때면 이상하게 기분이 묘하게 나빴다. 처음에는 저 직원이 워낙 남미새라서, 대화중에 은은하게 깔려있는 외모강박적이면서 마름부심과 같은 답정너 대화법이 싫어서인가하고 막연하게 생각했었다. 이게 어떤 스타일이냐면, 전직원이 모여있는 자리에서 내 등뒤에 숨으면서 "안보이게 딱딱쓰구리뒤에 숨어야지 히히"라고 말하면서 "딱딱쓰구리=뚱뚱, 본인=날씬하고 귀여움"을 강하게 어필하는 그런 스타일. 내가 남자친구도 아닌데 나에게 이거해줘 저거해줘 하면서 "딱딱쓰구리가 내 남자친구 같애~~~~"하며 애교....

우리에게 주어진 파이가 너무 작아서

*동덕여대를 비롯한 모든 여대의 공학 전환을 반대합니다. 학생의 존엄성을 무시하는 학교 행태를 규탄합니다* 현 회사에 재직하면서, 나를 퇴사 직전의 상황까지 몰고 간 것은 대부분이 여성들이었다. 반면 나를 견디게 해준 것 역시 여성들이었고. 그렇듯이 여성은 언제나 야망넘치고, 독하고, 선하고, 못됐고, 배려넘치고, 음흉하고, 미련하고, 지혜롭고, 똑똑하며 공정하다. 20년도 더 전의 일이지만, 내가 우리학교에 입학 했을 때 나보다 더 좋아했던 건 우리 언니였다. 우리언니가 지금은 조금 재미없어졌지만 그는 내게 처음으로 페미니즘을 알려준 사람이었고, 여대의 존재가치와 의미를 나보다도 잘 알고 있었는데 본인이 공학에서 겪었던 수많은 불평등을 체감한 상태였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되려 미디어와 사회가 심어준 ..

어떻게 나이들지는 제가 결정할게요

"앞으로의 이야기는 사실을 재구성하여 작성되었으며 특정인과 관계가 없습니다" 얼마 전, 의지할만한 동료로부터 들었던 말이 생각난다. 이게 정확한 워딩은 아닌데 "페미니스트로서 동료들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대충 그런 질문이었는데, 아주 조심스러운 질문이었다. 아마 이것저것 투덜대는 내 모습이 조금 두렵거나 불편해서였을 수도 있겠다 싶고. 내가 누군가의 언행이 불편하다고 느끼더라도 늘 적대감을 드러내는 것은 아니다. 나 역시 편견덩어리이고, 나도 모르게 차별과 혐오를 하는 인간인걸. 또 누군가에게는 내 언행이 매우 불편할 거라는 것도 알고. 그니까, 그들의 편견이 악의가 없다는 걸 알고, 악한 사람이 아니라는 걸 나도 잘 안다. 개중에는 내게 진심으로 애정을 가진 사람도 있고. 하지만 내가 느끼는 불편함을 ..

몸이 고생하면 머리가 편하다

"앞으로의 이야기는 사실을 재구성하여 작성되었으며 특정인과 관계가 없습니다" 오늘의 이야기는 순전히 위의 짤을 쓰기 위해 쓰는 이야기이다. 난 정주영씨는 90년대 어느집에나 꽂혀있던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의 저자이자, 북한에 소를 보낸 사람 정도로 알고 있었는데 저렇게 통찰력이 있는 사람인 줄은 이제 알았네. 아, 그리고 나의 지적허영도 조금 채우기 위해 덧붙이자면 책 '가짜 노동'의 한국버전의 모든 내용이 우리회사에 있다는 걸 적기 위함이랄까. 한때 우리 팀에는 '철야 역병'이 분적이 있다. 도대체 뭔짓거리들을 하는지 모르겠는데 회사에서 밤을 꼴딱 세운다던가, 새벽 3시~4시까지 사무실에 남아있다가 집에가서 씻고만 나오는 것이었다. 그리고 만나는 회사 사람 모두를 붙들고 자신이 얼마나 늦게까지 ..

결혼이 그렇게 자랑스러우시면 일년에 한 서너번쯤 하시면 되겠습니다.

"앞으로의 이야기는 사실을 재구성하여 작성되었으며 특정인과 관계가 없습니다" "오블챌을 한번 해봐야지"하고 마음 먹었을 때, 제일 먼저 한 일은 21개의 글감을 선정한 것이었다. 매일같이 글을 쓴다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고, "무엇을 쓸 것인가"를 정하는 일이 글쓰기에서 가장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알기에 한 일이었다. 나름 고민을 해가며 주제를 선정했는데, 이게 왠걸. 우리 회사는 매일같이 나에게 글감을 던져주고 있어서 그럴 필요가 없었다는 생각이 든다. 자기연민이 심한 H씨는 성역할 고정관념이 심하고, 가부장적인 마인드가 강한 사람이다. 몇 번 그 사고방식에 대해 대화를 나누면서 바꿔보려 노력했으나 사람은 고쳐쓰는거 아니라지 않던가. 그 긴 시간 저렇게 살아온 사람이 어찌 바뀌겠는가. 게다가 바뀔..

회사가 전쟁터라지만 불행까지 배틀을 뜰 필요는 없을텐데

"앞으로의 이야기는 사실을 재구성하여 작성되었으며 특정인과 관계가 없습니다" 전쟁통에서도 사랑은 싹튼다더니, 그지같은 우리회사에도 내가 의지하고 존경할 분들이 있다. 내 인생/학교 선배이자, 내 멘토이자, 내 롤모델인 분인데 물론 그 분은 본인이 이런 중책을 맡고 계신지 모른다. 최근 그 분의 글을 읽을 기회가 있었는데,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2년여간 그 분을 알고 지내면서 한번도 들려주시지 않았던 속깊은 내용이었다. 분노와 욕설이 가득한 내 글과는 달리 담담하고 꾸밈없는 글을 읽고 "나 이런 부정적인 글만 써도 되는걸까?"라는 반성과 함께, 예전 박경리 작가님에 대한 기사가 떠올랐다. 전쟁통에 남편을 잃고, 몇년 뒤 아들까지 잃은 뒤에도 냉철하게 소설을 쓴 작가님에 대한 이야기였다. "하나의 어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