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의 이야기는 사실을 재구성하여 작성되었으며 특정인과 관계가 없습니다"
나보다 5개월 가량 입사시기가 늦은 Y는 처음 만남부터 뭔가 좀 이상했다.
그녀는 첫만남에 "나도 5개월 전에 이 곳에 들어오려고 면접을 봤었어요. 나 말고 누가 합격했는지 궁금했는데 그게 딱딱쓰구리씨 였군요." 라는 말을 건네며 묘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었다.
그 말을 듣고 어쩌라고 싶은 생각이었지만 초반에야 나름 이미지 관리 한다고 "네 그게 저예요"라고 웃으며 대답을 했고, 이 곳에 정말 들어오고 싶었나보다 라는 생각 뿐이었다.
그런데 Y는 그 이후로도 엄청 이상한 말을 엄청 아무렇지 않게 하곤 해서 나를 당황시켰다.
Y는 일종의 자료 호더처럼 내가 가지고 있는 모든 자료의 공유를 희망했는데,
내게 없는 자료를 달라고 요구하기도 하고, 혹은 내가 개인적으로 만들어 가지고 있는 자료를 달라고 하기도 했다.
업무 인계인수를 바랬던 것 같긴 하나, 나또한 인계인수는 받은 적이 없었고, 당시 팀장과의 합의를 통해 별도의 인계인수는 진행하지 않았다. 물론 확인해야 할 사항이나 궁금한 사항은 언제든 알려주기로 하고서. 게다가 우리는 개개인이 일종의 프로젝트 매니저의 개념으로 일하는 상황이었기에 소위 말하는 '케바케'의 일들이 많았다. 내가 진행하는 프로젝트는 A의 방식을 따르더라도 Y가 진행하는 프로젝트는 B의 방식을 따를수 있기 때문에 내가 전달해주는 건 한계가 있었고. 그러자 팀회의에서 공유가 안되는(혹은 안하는)문제가 심각하다며 나를 공개저격하기도 했었다.
가만 생각해보면 Y는 하루라도 빨리 이 팀을 장악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던 것 같다. 대체 어디서 그런 자신감이 생긴건지는 모르겠는데, 본인이 팀원들을 아우르고 독려하여 팀장 역할을 하면서 향후에는 실제로 팀장이 되려는 그런 그림을 그렸던 것으로 생각된다. 실제로 팀장 자리가 공석이 되어 공고가 났을 때, 본인은 돈을 더 안줘도 되니 팀장을 하고 싶다는 말을 하기도 했었으니.
그런데 Y는 나와 참 맞지 않았다. 가장 맞지 않았던 건 회사 예산을 사적인 용도로 쓰는 점 이었는데, 그렇지 않는 나를 별종 취급하거나 일을 못하는 사람 취급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노하우를 알려주듯 나를 가르치려 들었는데, 참다참다 팀원들이 있는 자리에서 내가 크게 화를 낸적이 있다.
하도 오래된 일이라 잘 기억도 나질 않는다. 대략적으로 기억하면 이렇다. 내가 담당하던 사업이 있었고, Y가 본인이 주도하여 행사를 하나 하겠다며 진행을 하는데 평소 그렇게 업무공유를 중요하게 여기더니 내게는 말도 없이 이상한 곳에 예산을 마구잡이로 쓰고 있던 그런 상황이었다. 게다가 결과보고서는 내가 작성해야 하는데 본인이 어디에 어떤 용도로 돈을 썼는지 말도 해주지 않았던 것. 왜 말도 안해주고 쓰냐고 지적하니 "딱딱쓰구리가 사내메신저를 안해서 말할수가 없었다"고 했다. 예. 어련하시겠어요.
가장 심각한 것은 해당 행사에 필요하지도 않은 문구류를 구매하겠다고 계획을 세워놓더니 자기멋대로 문구점에 선결제를 하고 자신이 개인적으로 쓸 물건들을 가져다쓰고 친한 동료에게 선심쓰듯 물건을 가져다 주고 있었다는 것이다. 도덕심이야 인간마다 다르니 그러려니 하다가도 도대체 이런식으로 횡령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게 제정신인건가 싶어 큰소리를 냈었다. 그러자 Y는 '원래' 다 이렇게 하는 거라며 내게 훈계질을 하고, 이런 내가 불쾌하다고 말했는데 횡령하지 말라는 말이 불쾌하면 횡령을 안하면 되는거 아닌지? 지자체 산하, 중앙정부기관 산하의 공공기관에서 계약직, 정규직, 연구직으로 다양하게 근무를 해봤지만 그렇게 당당하게 횡령하는 사람은 처음이었다. 한 지자체 산하 출연기관에서는 선결제조차도 용납하지 않았었고. 당시에는 새로운 팀장님이 오신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이었는데, 나의 분노하는 모습을 보고 '딱딱쓰구리는 제정신이 아니야'라고 생각하셨을 거다. 실제로 불려나가 그렇게 공개적으로 문제지적 하지말라고 혼나기도 했으니.
뭐 그 이후로도 그녀는 내 급량비를 거덜낸다던가 여전히 개인의 사리사욕을 채우는 식의 예산사용을 한다던가 출장에서 받은 기념품을 혼자만 독차지 한다던가 하는 식으로 굉장히 추접스러움을 감추지 않았고 나 역시 그저 거리를 둘 뿐이었다.
그렇게 남보다도 못한 사이로 지내고 있던 중, 엊그제 Y로 부터 "이게 무슨 말이지?" 싶은 메시지를 받았다.
내가 상사에게 제안하기 위해 작성한 보고서를 달라는 것이었다.
헌데 우리의 업무 특성상, 보고서는 개인 창작물이며 공유를 희망할 경우 내 상사에게 확인을 받아야 한다. 뭐 대단한 보고서는 아니긴 하지만 워낙에 말도 많고 그런 조직이다보니 공유가 쉽지 않달까?
본인의 문건은 절대 공유하지 않으면서 내게 너무나 당당하게 내 문서를 공유해달라는 것도 기가 막힌데, 그녀가 요구한 보고서는 본인과 전혀 상관없는 프로젝트 문서였다. 올해 다른 C팀원에게 인수인계한 프로젝트를, 아무 상관없는 Y가 너무 당당하게 요구하는 게 웃겨서 혹시 C가 요구하더냐라고 물어보았다. 그러자 돌아온 Y의 답변이 아주 가관이었다.
"C가 요구한건 아닌데요, 제가 C에게 공유해주고 싶어서요. C가 자꾸 저에게 보고서 보여달라고 하는데 다양한 사례를 보여주고 싶어서 그래요."
내가 공들인 문서로 왜 지가 선심을 쓰려고 하지?라는 생각이 들어 이미 C에게 인계인수한 자료에 일부 작성 사례가 들어가 있으며, 해당 프로젝트는 어떤 유형으로 문서를 쓰면 된다라는 메시지를 보냈고 Y는 내게 아무런 답장도 하지 않았다. Y는 예산뿐 아니라 타인의 노동력과 생산물 역시 약탈하는 것이 익숙한 사람이자, 이에 대한 문제인식에 없는 사람인 것 같았다. 그래서 그녀를 보면 가오나시 같다는 느낌이 드는걸까. 게걸스럽게 타인의 것과 타인을 취하려 들면서, 결국은 소화도 못시키는 그 모습이 가오나시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단체로 약이라도 빨았나 이들은 왜 타인에 대한 존중과 예의를 안드로메다로 날려보낸걸까?
가끔은 저들의 개쌉소리를 들으며 아무렇지 않게 일하는 내가 제일 이상한 사람인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휴. 이대로 여기서 죽을순 없어!!!
'하하 개판이네요'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우리 가게 잠시 휴업합니다. (0) | 2024.11.21 |
---|---|
욕도 힘이 있어야 하지 (4) | 2024.11.20 |
차리는 사람 따로 처먹는 사람 따로 (3) | 2024.11.19 |
할 수만 있다면 그때의 나에게. (4) | 2024.11.18 |
우리에게 주어진 파이가 너무 작아서 (3) | 2024.11.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