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의 이야기는 사실을 재구성하여 작성되었으며 특정인과 관계가 없습니다"
처음에는 ㄱ씨를 전형적인 중산층 남성이라고 생각했다. 본인은 다른 남성들보다 깨어있다고 생각하면서 자신이 가진 성별 특권을 굉장히 잘 활용하고 "난 아쉬울게 없어"라는 태도로 우위를 점하려 하는 그런 전형적인 남성.
하는 짓 보면 제대로 아는 건 없는데 약삭빠르게 흉내내는게(물론 이게 능력이라면 능력이겠지만), 모르는 화제에서는 자기가 떠들 수 있는 화제로 전환하기 일수였고, 가장 환장하는 포인트는 본인이 "평가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었다.
거기다 여러가지 갈등 상황에서 본인이 객관적인 중재자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이런 저런 말들을 하기 시작했는데, "누가 당신욕을 하더라"와 같은 말을 전하거나 남성연대를 만드는 짓거리나 하는 수준인게 사실이었다.
ㄱ씨는 내게 도움을 주는 일도 없고 하다보니 딱히 말을 섞지 않는게 일상이었는데, 효도를 하기 위해 팀원 하나와 티켓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던 때였다.
워낙 예매가 쉽지 않던 가수라 예매 사이트에서 이용가능한 매크로가 있는지 물어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ㄱ씨가 끼어들어 말을 하기 시작했다.
-ㄱ씨: 매크로가 뭔지 알아요?(매우 빠르고 격앙된 목소리)
- 딱딱스구리: 엑셀 매크로랑 같은 원리 잖아요.
- ㄱ씨: 그게 아니라, 예를 들자면 예매하러 들어가면 예매시작하기 버튼 있잖아요. 그걸 1초에 여러번 눌러주는 역할을 하게 하는 거예요. 블라블라블라
- 딱딱스구리: ...(ㄱ씨의 발화법과 지식 수준을 보고 대화의지 상실)
그러면서 내게 매크로(ㄱ씨가 말한대로 예매하기 들어가기에 대한 매크로만 설정되어 있다고 안내되어 있는)를 다운받을 수 있는 사이트를 알려줬다.
이렇듯 ㄱ씨는 본인이 과거에 가지고 있던 정보에서 업데이트는 없이 그저 그걸로 근근히 아는척을 하면서 사는 사람이고, 심지어 그 정보가 틀린게 태반이었다.
여기서 내가 가진 정보를 풀어놓을 필요도 없거니와 내가 가진 정보도 이미 뒤쳐진 정보일테니 구구절절 말할 필요는 없으나, 중요한 건 ㄱ씨의 정보는 아주아주 뒤쳐진 수준이었고 내가 한 말을 이해 못했다는 것이다. 그는 엑셀의 매크로의 원리와 웹페이지에서의 매크로가 같은 원리임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고 현재의 매크로 수준이 얼마나 발전했는지도 모른다. 거기다 그가 알려준 홈페이지는 다운받아서는 안되는, 바이러스가 담긴 프로그램이었다.
근데 맨스플레인의 특징은 자신이 틀려도 목청 좋게 우긴다는 것이다. 그러면 자기 검열이 심한 여성들은 "아 내가 틀렸나"하고 넘어가거나 "아 시끄러워"하고 넘어가기 마련이다.
이런 ㄱ씨의 맨스플레인은 단순 정보에서만 그치는게 아니었다. 한번은 회식자리에서 여성들의 인생에 대해 말하기 시작했는데, "깨어있는 중산층 남성"을 표방하는 그답게 여성들이 얼마나 힘든 삶을 사는지에 대해 말하기 시작했다. 거기서부터 깝싸고 앉았네라는 생각을 했는데, 그는 멈추질 않았다. 여성들의 삶에 대해 본인이 생각하는 걸 말하는 것까지는 아주 너그럽게 이해해준다고 해도, 여성들에 대한 평가를 시작했는데 그게 아주 못들어 줄 것들이었다. 기본적으로 본인이 우위에 있고, 이렇다 저렇다 평가할 수 있다는 마인드에서 나오는 저 말들. 내가 어떤 인생을 살아왔는지 전혀 알지 못하는 저 치에게 내 인생을 정의당해야 한다니, 이 얼마나 우스운 일인지.
추가로, 여성의 삶에 대해 이야기 하다가 외힙(외국 힙합)얘기도 나오기 시작했는데, 솔직히 말하면 못들어줄 수준이었다.
그니까 나무위키에서 "힙합"에 대해 검색해서 읽은 내용을 말하는 수준인데 본인이 켄드릭라마인줄 아는 그런 느낌이랄까? 아니 왜 대체 저렇게 아는척을 안하면 못견디는 걸까? 내가 여자라서 외힙을 모르는 거라고 생각하고 저렇게 떠든거라 생각하지 더 꼴보기 싫었는지 모르겠다.
심지어 그는 "여자가 많은 팀에서 견뎌야 하는 안쓰러운 존재"가 되어 돌봄을 받아야 하는 존재로 인식되고 있다. 실제로 저런 말을 하면서 비위를 맞추는 직원까지도 생겨났고.
그런거 보면, 우리팀원들은 참 전형적이다.
저런 새끼들 처음 봤다 하다가도, 가만 보면 아주아주 전형적인 유형의 인간들이다.
그렇게 살라고 해야지 뭐 어쩌겠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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