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하 개판이네요

나의 입사지원서는 너의 초이스를 위한 것이 아니다.

딱딱쓰구리 2024. 11. 9. 10:53

"앞으로의 이야기는 사실을  재구성하여 작성되었으며 특정인과 관계가 없습니다"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는 이야기는 내가 겪은 것만으로도 넘치기 때문에 그저 '전달받은' 이야기는 쓰지 않으려고 했었다.

근데 이 이야기는 너무나도 한국사회의 단편을, 그리고 이 곳의 수준을 보여주는 이야기라 도저히 안 적을수가 없었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니까 이 이야기는 "B급 남성*이 회사에서 저지르는 끔찍하고 수준 낮은 이야기"이다

A씨는 나와 다른 부서의 직원이며, 나보다 나이가 많지만 직급도 낮고 입사일도 늦은 남사원이다. 초반에는 아는 척+남성 특유의 뭉개기를 시전하려던 일이 몇 번 있었는데, 나는 나대로  '받아주는 여자'가 아니라는 것을 몇번 보여주자 나와는 대화를 하지 않는 그냥 회사 사람인 그런 관계이다.

나이가 많아서 자기가 말단이라는 개념이 머리에 없는지 종종 지 멋대로 판단하고 일처리를 하거나, 거기서 발생하는 사고를 수습할 권한이 없으면서 대충 "괜찮다"는 말로 넘어가는 일들을 겪으면서 "오, 토종인데?"라고 분류해놓았던 인간의 유형이었다.

이런 A씨의 수준이, 토종들의 수준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던 일은 회식자리에서 였다.

다양한 직급이 함께한 회식이었고, 늘 그렇다싶이 결혼, 중매와 같은 이야기가 나왔다. 유구한 짝짓기 문화로 인한 것이라 이것까지야 뭐 이상할게 없었다. 그러다 상사 한명이 자기 동생의 결혼을 걱정하며(언제나 그렇듯 중매의 상황에서 당사자의 의견은 중요치 않다) 소개해줄 사람이 있는지 조사를 하기 시작했다. 상사씨가 요청한거니 대충 다들 분위기를 맞추고 있었는데 A씨가 좀.. 선을 넘기 시작했다.

자신의 SNS를 열어 지인들의 사진을 보여주기 시작한 것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알파메일에게 충성심을 보여주기 위하여 하는 행동이었겠으나, 당사자의 동의도 없이 이런 일이 이루어졌다는 것과 주변에 앉아있던 다른 동료들의 기분은 생각하지 않고 벌인 이 일의 문제점을 A는 전혀 모르는 것 같았다. 누군가의 일상이 룸싸롱에서 이루어지는 초이스로 변하는 과정을 보면서 헛구역질이 날 지경이었다.

일단, 결혼이라는 것은 다각적인 분석을 통해 결정지어져야 하는 계약임에도 불구하고 그저 '외모'만을 들이대면서 "얘는 어떤지, 쟤는 어떤지"하고 말하는 A씨는 마치 포주이길 자처하는 것 같았다. 솔직히 말하면, 저 사진 속 주인공들이 A씨를 알기나 할까? 연락처를 몰래 저장한 건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들 지경으로 매우 찌질해 보였다.

그리고 그 날 이후, 남성상사들이 A씨를 술자리에 꼭 부르는 이유를 납득했다. A가 스스로 베타메일을 자처하니, 상사들은 본인들이 알파메일처럼 느껴졌겠지.

여기까지는 A씨의 캐릭터를 설명하기 위한 내용이었고, 진짜 썰을 풀려는 사건은 이것이다 ㅋㅋㅋㅋㅋ

최근 회사에서 사람을 채용하고자 하는 일이 있었다. 사진이나 나이, 출신 지역과 학교를 기재하지 않는 공정채용은 다른 세상 이야기인 회사답게 이 모든 정보를 다 받았던 모양이다.
근데 A씨를 비롯한 남성들끼리 입사지원서(정확히는 입사지원서의 사진)를 보며 누가 이쁜지, 누가 맘에 드는지 "고르는" 과정이 있었던 모양이다.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정말 그 새끼들을 다 줘패버리고 싶은 생각 뿐이었다. 내 능력과 경력을 보여주기 위해 작성된 문서가 같잖은 사람들로부터 외모평가를 받는 용도가 된다는 건 너무나도 비참하고 '한국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에게 여성은 같이 일하는 동료가 아니라 내가 고르고 평가할 수 있는 존재인 것이다. 여기가 회사고 나발이고 상관없고, 자기 멋대로 잠재적 연애 대상으로 두고 입으로 똥을 싸고 있다.
하, 진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돈내고 룸싸롱가서 초이스하던 버릇을 여기서 하고 앉아있는 꼬라지를 생각하면 내 인생이 너무 비참해서 헛웃음이 나온다.

저 새끼들은 부끄러운 일이라는 인식도 없고, 문제를 지적할 사람도 없고, 지적한다 한들 문제인식을 할 관리자도 없다. 그리고 그런 관리자에게 동조하고 "난 괜찮은데?"라고 할 직원은 많다.

이 곳은 그런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