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의 은밀한 사치

[개털이지만 청각은 보호하고 싶어] Bose QC Ultra Headphones

딱딱쓰구리 2024. 11. 24. 09:32

각박한 세상에서 나를 구원할 수 몇가지 중 하나는 음악듣기인데, 몇년 전부터 심각한 외이도염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한창 동네 뒷산을 주말마다 올라갈 때가 있었는데, 그 때마다 버즈 이어폰을 끼고 산행을 갔었다.
아무리 자그마한 동네 뒷산이라고는 해도 산은 산인지라 올라갔다오면 땀범벅이 되었는데, 이어폰을 낀 귀 역시 늘 땀이 들어차곤 했었다. 게다가 이어폰이 커널형인지라 습한 상태의 귀가 꽉 막힌 상태로 있곤 했던 것. 
 
그때 귀를 벅벅 긁고, 면봉으로 후비고 오만난리를 피었던게 원인이었을까?
이어폰을 꼈다 하면 외이도염이 심하게 번져서 잠을 못잘만큼 귀가 간지럽고, 긁다가 고름 범벅이 되고 난리도 아니었다. 
집앞 이비인후과를 여러번 방문하였지만 약을 바르면 괜찮아 졌다가, 이어폰을 끼면 또 다시 상태가 나빠지는 악순환이 계속되었다. 선생님은 이어폰을 끼지 않는 것만이 방법이라 하셨지만, 전 음악이 꼭 필요한걸요 선생님. 
 
아무래도 귓구멍을 오롯이 틀어막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되어, 그 이후 헤드폰을 구매하겠다며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었고, 올해 생일맞이 여행을 가면서 면세찬스를 통해 헤드폰을 구매하게 되었다. 
모든 물건 구매가 그렇지만 정보를 찾다보면 보태보태 심리가 생겨나기 쉬운데 전자기기는 특히 그런 것 같다. 가능하면 최신 제품, 가능하면 고기능을 찾게 된달까. 실제로는 제대로 활용도 못할거면서.
그리하여 구매한 것이 보스의 QC Ultra 헤드폰이다. 
 
사실 다른 헤드폰을 사용해 본 경험이 없어서 비교분석은 불가능하지만, 현재까지 사용하면서 느낀 점 몇가지를 적어보면 다음과 같다.
 

  • 노이즈캔슬링 기능 최고. 세상에 나와 음악만 남겨진 것 같다. 동료들의 개싸움이 펼쳐져도 나는 평안할 수 있다.
  • 이어폰보다는 훨씬 음악듣는 재미가 있다. 웅장하고 풍부하고, 내 고막을 냅다 때려갈김. 그만큼 고막에는 안좋겠다는 생각도 듦.
  • 음량을 크게 할수록 밖으로 새어나가는 소리도 커진다. 나의 플레이리스트를 들킬 수 있음.
  • 여름엔 사용할 수 없다. 땀띠가 난다. 하지만 겨울엔 귀도리 역할 가능.
  • 외이도염 상태가 안 좋을땐 헤드폰도 위험하다. 한창 면역력 떨어질 땐 귀 안쪽 뿐만아니라 헤드폰이 닿는 얼굴쪽 피부에 접촉성 피부염이 생겼음.
  • 무광제품이라 지문자국 많이 남음. 하지만 난 무던하니까 별로 신경 안쓰임.
  • 난 유교걸이라 회사에서는 적어도 한쪽 귀는 열어두어야 하는데 헤드폰은 그것이 불가능하다. 
  • 부피가 크다보니 휴대할 때 불편
  • 내 귀에는 피어싱이 많아서 헤드폰 낄때마다 가죽부분이 피어싱에 걸려 찢어지진 않을지 걱정됨.

 
요정도 되시겠다.  
 
언급하지 않고 넘어갈 수 없는 기능은 노이즈캔슬링인데, 얼마전 이 노이즈캔슬링의 기능을 크게 체감한 일이 있었다. 
사무실에서 동료들의 개싸움이 벌어졌는데, 당시 헤드폰을 끼고 있었던 나는 그들의 싸움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던 것.
싸움이 한창 진행되고 있을 때, 누군가가 내게 채팅으로 상황을 전달해줬고 그제사 헤드폰을 제거, 싸움구경을 할 수 있었다. 돈값 제대로 하는구나라고 느낀 순간이었다. 
 
사무실에서야 전화도 많고, 여기저기서 불러대는 통에 이어폰을 온전히 끼고 있기는 힘들지만, 그래도 내 마음의 평안이 필요한 순간에는 꼭 있어야 하는 중요한 제품이다. 물론 땀이 많고 피부가 예민한 고로 장시간 사용하기는 힘들지만 그래도 한동안 아주 요긴하게 쓸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