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youtu.be/cY2yEV6G_G0?si=PxUYNlL1KAQIwTse
직장인에게 허락된 작은 일탈 중 하나는 바로 메신저로 떠는 텍스트 수다가 아닐까 합니다.
전 회사에서 '메신저 일탈'을 즐기는 유형은 아닙니다만, 즐거운 이야기 상대가 생기니,
마치 과거에 MSN 하던 시절도 떠오르고 신나게 이야기를 나누게 되더라구요.
오늘도 제 일탈 파트너와 누진다초점렌즈 같은 다양한 주제의 이야기를 나누다가 '봄'을 타는지에 대해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왜냐하면 제가 봄을 타는 것 같았거든요.
근데 '봄을 탄다'라는게 정확히 무엇인지 정의 내리는 것도 참 쉽지는 않더라구요.
일반적으로 기분이 싱숭생숭하고, 설레는 감정을 '봄을 탄다'고 표현하는 것 같긴 한데요.
'봄을 타는' 저의 증상은 대충 이렇습니다 .
- 특정 음악이 미친듯이 듣고 싶다.
- 특정 시기의 기억이 바로 어제 일처럼 기억나고, 그때의 감정조차도 오롯이 느껴진다.
- 설레기는 하는데 뭔가 쓸쓸하다. 그리운 것 같기도 하고.
별 다를건 없습니다. 남들이 흔히 말하는 '봄 타는' 증상 그 자체 같아요.
근데 자꾸 이게 봄타는게 맞는지 긴가민가 한거예요.
왜냐하면 제게 자꾸 떠오르는 기억은 대학원 다니던 시절에.. 진짜 개고생하던 기억이거든요 ㅋㅋㅋ
그리고 학교앞에서 먹던 왕돈까스, 감자탕, 번, 분식집, 쌀국수, 수제햄 이런 먹는거랑..
동기들이랑 개고생하다가 버스에서 상모돌리면서 졸아가지고 옆에 앉은 모르는 사람이 엄청 짜증내고, 옆에 있던 동기는 저를 말리지도 못하고 어쩔줄 몰라하던 그 기억이 너무 생생하게 나요. 그리고 그 때 버스에서 자던게 어찌나 꿀맛이었는지까지도 기억이 나거든요ㅋㅋㅋㅋㅋ
대체 왜 이런 구질구질한 기억만 나는 걸까, 근데 또 그때 버스에서 맞았던 햇빛이 너무 따뜻하고 좋았는데.. 이런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는데요.
좀 더 이야기하다보니 바로 그때가, 인생에서 제가 가장 반짝반짝하고, 꿈도 희망도 가득찼던, 푸르디 푸르던 청춘, 푸른 봄이었구나 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그 눈부시도록 푸르렀던 그 봄을, 제 청춘을 그리워하며 봄을 탄다고 생각하는 건가 싶더라구요.
뭐랄까.. 한번 더 반짝반짝하고 싶고, 한번 더 꿈과 희망이 가득찰 수 있다고 믿고 싶어서 이러는 걸까 싶기도 합니다만 나쁘지 않은 것 같아서 앞으로도 평생 봄을 타면 좋겠다 싶은 생각이 듭니다.
돌아갈 순 없어도 그리워할 수 있는 행복이 있다는 것 만으로도 충분하지않나 싶기도 하고,
그때보다 더 반짝이는 날이 올수도 있지! 라는 거짓말을 스스로에게 하는 것도 싫진 않더라구요.
전 귀가 얇아서 잘 속는 편이거든요. 뻔히 불가능하다는 걸 아는 이런 거짓말에도 어느정도 속나 봅니다.
모두의 청춘이 같지 않기에, 모두가 느끼는 봄의 감상은 다 다르겠죠?
시기도 내용도 다 다를 사람들의 청춘이 오늘따라 궁금하게 느껴집니다.
평소에 사람이라면 치를 떠는게 저인데..
확실히 봄을 타긴 타나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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