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하 개판이네요

할 수만 있다면 그때의 나에게.

딱딱쓰구리 2024. 11. 18. 07:30

"앞으로의 이야기는 사실을  재구성하여 작성되었으며 특정인과 관계가 없습니다"



우리팀에는 나와 동갑내기인 직원이 하나 있다. 태어난 연도만 같을 뿐이지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나와 정반대의 유형의 사람인데, 그 이와 대화할 때면 이상하게 기분이 묘하게 나빴다.
처음에는 저 직원이 워낙 남미새라서, 대화중에 은은하게 깔려있는 외모강박적이면서 마름부심과 같은 답정너 대화법이 싫어서인가하고 막연하게 생각했었다.

이게 어떤 스타일이냐면, 전직원이 모여있는 자리에서 내 등뒤에 숨으면서 "안보이게 딱딱쓰구리뒤에 숨어야지 히히"라고 말하면서 "딱딱쓰구리=뚱뚱, 본인=날씬하고 귀여움"을 강하게 어필하는 그런 스타일. 내가 남자친구도 아닌데 나에게 이거해줘 저거해줘 하면서 "딱딱쓰구리가 내 남자친구 같애~~~~"하며 애교....를 부리며 본인의 귀염성 돋보이기와 부려먹기를 동시에 시전하는 그런 스타일이었다.

지난번에는 이런일도 있었다. 사람들이 모두 모인 회식자리에서 내가 자기 친구를 닮았다며 사진을 보여주는데, 꾸밈노동을 안하는 사람의 전형인 유형이었다. 알지도 못하는 사람과 닮았다고 듣는것도 기가 막힌데, 그 아무개씨의 사진을 타인에게 아무렇지 않게 보여주는 것도 웃기고, 사회적으로 "예쁘지 않다"라는 평을 듣는 사람의 카테고리에 나와 그 아무개씨를 넣으면서 한마디로 맥이고 싶어하는 그런 유형이었다. 싫은 내색을 하면 지가 이쁜 줄 아는 공주병이고, 동의하면 "촌스럽고 못생긴" 것을 인정하는 꼴이 되는 그런 상황을 만드는 것. 그 수가 뻔히 보여서 "오 그렇네요. 저랑 비슷하네요"라고 말하고 말았는데, 주변 사람들이 그 사진을 돌려보며 아무말도 하지않아 화제가 전환되었다. 눈코입 하나하나 따져가며 나와 왜 닮았는지 해부했어야 그녀의 목적이 달성되었을텐데, 저런.

내게 있어 신체이미지는 평생을 관통하는 주제이기도 하고 한동안 나를 괴롭혀왔던 주제였기에 상당히 민감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더이상 내 신체 이미지에 대한 평가가 나에게 큰 영향을 주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다. 근데도 남미새씨가 말하는 걸 들으면 이상하게 신경이 쓰이더란 말이지.

대체 왜 일까 고민을 해봤는데, 저 말이 영향이 있어서가 아니라, 저런 말들이 내게 상처를 주던 그때의 내가 떠올라서 였구나 라는걸 최근에 느꼈다.

외모에 대한 그 수많은 평가를 들으며 상처받던 그 시절의 나, 그 말에 눈물 흘리고 내 몸을 혐오하던 그때의 내가 생각나서 그녀와 있는 것이 너무나 불편한 것이었다. 그런 무의미한 말에 신경쓰며 나를 괴롭히지 말았어야 했는데. 내 몸은 아무 잘못도 없었는데.

그이를 보면 날 괴롭히던 수많은 사람들이 생각난다. 저 말들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상처를 줬을까.  그들은 이제 괜찮아졌을까. 여전히 강박속에 살고 있지 않을까.
더 이상 무의미한 말로 상처받지 않는 내가 되었음에 감사함을, 그리고 더 많은 여성들이 본인의 신체에 죄책감을 갖지 않기를 바라고 바라게 된다.

그리고 늘 되새긴다. 내 몸은 보여지기 위한 것이 아니라, 기능하기 위한 것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