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의 이야기는 사실을 재구성하여 작성되었으며 특정인과 관계가 없습니다"
우리팀원들은 넘치는 매력 중 하나는 바로 본인의 직위를 지 멋대로 설정한다는 것이다.
팀장을 제외한 나머지 팀원은 모두 같은 직급의, 같은 일을 하고 있는데 종종 스스로를 팀장 혹은 그 이상의 직위라고 생각하는 인간들이 있다보니 개족보처럼 팀이 굴러가고 있는 상황이다.
주제파악이 안되는 인간 중 최고는 우리팀 유일무이 청일점 남직원인데 굉장히 굉장하다ㅋㅋㅋㅋㅋ
솔직히 말하면 과거에 무슨일을 했었는지, 어떤 직위에 있었는지 누가 알바냐.
지금 직장에 맞는 태도와 업무방식을 취하지 않을거면 대체 뭐하러 이직을 했나 싶은데, 이 남직원은 자주 본인이 상사라도 된 듯이 굴곤 했었다.
나이에서 오는 권력+사회에서 남성이라는 성별에게 쥐어준 권력=씹꼰대라는 공식이 그대로 드러나는 케이스였달까.
지금 우리팀원들의 직급을 보자면, 일반 회사의 대리~과장급 정도의 직급들인데 자기가 최종 의사결정권자같이 굴어서 발생하는 문제들이 한둘이 아니었다. 그리고 이 날도 '대접을 받기만 하려는' 그 주제모름에 내가 빡쳤었다는 이야기이다.
내가 기획하고, 상사가 주관하는 행사를 진행하는 날이었다. 사실 팀원들은 도움이 안되기 때문에 와달라는 말도 하지 않았고, 그들의 도움을 받은것은 1도 없는 상황이었다. 주로 이런식의 작은 규모 행사는 내가 알아서 조용히 처리하고 넘어가는게 다반수이고, 크게 신경 쓸게 없는 날이었다.
그치만 아무리 규모가 작다고 해도, 담당자는 담당자인지라 이것저것 챙기느라 정신이 없는 찰나였는데 남직원이 나타났다. 팀원스럽게 "도울게 없는지" 혹은 "청강해도 되는지"의 질문을... 할리는 없었고 마치 당연하다는 듯이 뒷자리에 앉아 팔짱을 끼고 행사장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거기까지는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저 새끼 지가 뭐라도 되는 줄 아는거 하루이틀도 아니고 오늘도 잘 하고 있네 싶었는데, 갑자기 준비된 다과를 지 멋대로 가져다가 처묵하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그래, 다과 먹을 수도 있지. 행사에 준비된 다과 먹을수도 있는데, 내 행사는 좀 달랐다. 번들로 뜯어진 과자, 캔음료처럼 대량으로 준비된 것이 아니라, 참석자 수에 맞춰 준비해서 양이 넉넉하지도 않았을 뿐 더러, 행사를 주관한 사람들도 다 오지 않은 상태인데 남직원이 그 다과를 멋대로 가져다 쳐 먹은 것이다. 그래서 결국은 내 몫의 다과는 남지도 않았다.
행사 진행에 정신이 없던 나는, 그 순간에는 말을 못하고 행사가 끝난 뒤 "묻지도 않고 다과를 먹으면 어떡하냐"고 남직원에게 지적을 했는데 그의 말이 가관이었다.
"딱딱스구리가 먹고 싶은 다과였는데 내가 먹어서 삐졌구나"라는 것이었다.
당신의 태도가 굉장히 불쾌하다는 말을 해도, 말한 사람을 '다과 못먹어서 삐진 사람'으로 만드는 저 이기적이고 못되먹은 생각은 내가 아무리 말해도 고쳐지지 않겠지.
본인이 초대받지 않은 인물임을 모른다는 것, 본인은 준비하는 자가 아니라 준비된 것을 누리기만 하는 사람이라 생각하는 점, 행사 기획자가 계획한 것들을 고려하지 않는 다는 점이 고스란이 드러나는 말이었달까.
그 남직원은 그 이후에도 회식자리에서 내가 고기를 굽고 있으면 다 구워진 고기만 쏙쏙 뽑아 먹는식으로 나를 철판고기굽기 아저씨 취급한 적도 있었다. 나는 일어서서 고기 굽고, 다 구워지지도 않아서 다들 기다리고 있는 상황에서 혼자 고기를 쏙쏙 주워먹는건 진짜 노매너 똥매너 아닌가? 그러지 말라고 지적하자 '딱딱스구리는 고기집에서 본인이 집게들고 나서서 구워야 하는 스타일이냐며' 되려 핀잔을 줬다.
집에서 엄마/와이프가 해주던 돌봄노동을 회사의 여직원에게도 바라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 남직원이 딱 그런 태도였다고 생각한다. 본인은 그저 대접받기만 하고, 평가하기만 하면 되는 존재라는 생각인 거겠지.
가정교육의 부재+사고방식의 후짐+주제파악 안됨이 타인에게 주는 스트레스는 생각보다 심하고,
퇴사의 욕구를 강하게 불러일으킨다.
거기서 타인을 맡고 있다는 게 다행이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다.
'하하 개판이네요'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우리 가게 잠시 휴업합니다. (0) | 2024.11.21 |
---|---|
욕도 힘이 있어야 하지 (4) | 2024.11.20 |
할 수만 있다면 그때의 나에게. (4) | 2024.11.18 |
우리에게 주어진 파이가 너무 작아서 (3) | 2024.11.17 |
어떻게 나이들지는 제가 결정할게요 (4) | 2024.11.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