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블완 21

우리에게 주어진 파이가 너무 작아서

*동덕여대를 비롯한 모든 여대의 공학 전환을 반대합니다. 학생의 존엄성을 무시하는 학교 행태를 규탄합니다* 현 회사에 재직하면서, 나를 퇴사 직전의 상황까지 몰고 간 것은 대부분이 여성들이었다. 반면 나를 견디게 해준 것 역시 여성들이었고. 그렇듯이 여성은 언제나 야망넘치고, 독하고, 선하고, 못됐고, 배려넘치고, 음흉하고, 미련하고, 지혜롭고, 똑똑하며 공정하다. 20년도 더 전의 일이지만, 내가 우리학교에 입학 했을 때 나보다 더 좋아했던 건 우리 언니였다. 우리언니가 지금은 조금 재미없어졌지만 그는 내게 처음으로 페미니즘을 알려준 사람이었고, 여대의 존재가치와 의미를 나보다도 잘 알고 있었는데 본인이 공학에서 겪었던 수많은 불평등을 체감한 상태였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되려 미디어와 사회가 심어준 ..

어떻게 나이들지는 제가 결정할게요

"앞으로의 이야기는 사실을 재구성하여 작성되었으며 특정인과 관계가 없습니다" 얼마 전, 의지할만한 동료로부터 들었던 말이 생각난다. 이게 정확한 워딩은 아닌데 "페미니스트로서 동료들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대충 그런 질문이었는데, 아주 조심스러운 질문이었다. 아마 이것저것 투덜대는 내 모습이 조금 두렵거나 불편해서였을 수도 있겠다 싶고. 내가 누군가의 언행이 불편하다고 느끼더라도 늘 적대감을 드러내는 것은 아니다. 나 역시 편견덩어리이고, 나도 모르게 차별과 혐오를 하는 인간인걸. 또 누군가에게는 내 언행이 매우 불편할 거라는 것도 알고. 그니까, 그들의 편견이 악의가 없다는 걸 알고, 악한 사람이 아니라는 걸 나도 잘 안다. 개중에는 내게 진심으로 애정을 가진 사람도 있고. 하지만 내가 느끼는 불편함을 ..

몸이 고생하면 머리가 편하다

"앞으로의 이야기는 사실을 재구성하여 작성되었으며 특정인과 관계가 없습니다" 오늘의 이야기는 순전히 위의 짤을 쓰기 위해 쓰는 이야기이다. 난 정주영씨는 90년대 어느집에나 꽂혀있던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의 저자이자, 북한에 소를 보낸 사람 정도로 알고 있었는데 저렇게 통찰력이 있는 사람인 줄은 이제 알았네. 아, 그리고 나의 지적허영도 조금 채우기 위해 덧붙이자면 책 '가짜 노동'의 한국버전의 모든 내용이 우리회사에 있다는 걸 적기 위함이랄까. 한때 우리 팀에는 '철야 역병'이 분적이 있다. 도대체 뭔짓거리들을 하는지 모르겠는데 회사에서 밤을 꼴딱 세운다던가, 새벽 3시~4시까지 사무실에 남아있다가 집에가서 씻고만 나오는 것이었다. 그리고 만나는 회사 사람 모두를 붙들고 자신이 얼마나 늦게까지 ..

결혼이 그렇게 자랑스러우시면 일년에 한 서너번쯤 하시면 되겠습니다.

"앞으로의 이야기는 사실을 재구성하여 작성되었으며 특정인과 관계가 없습니다" "오블챌을 한번 해봐야지"하고 마음 먹었을 때, 제일 먼저 한 일은 21개의 글감을 선정한 것이었다. 매일같이 글을 쓴다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고, "무엇을 쓸 것인가"를 정하는 일이 글쓰기에서 가장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알기에 한 일이었다. 나름 고민을 해가며 주제를 선정했는데, 이게 왠걸. 우리 회사는 매일같이 나에게 글감을 던져주고 있어서 그럴 필요가 없었다는 생각이 든다. 자기연민이 심한 H씨는 성역할 고정관념이 심하고, 가부장적인 마인드가 강한 사람이다. 몇 번 그 사고방식에 대해 대화를 나누면서 바꿔보려 노력했으나 사람은 고쳐쓰는거 아니라지 않던가. 그 긴 시간 저렇게 살아온 사람이 어찌 바뀌겠는가. 게다가 바뀔..

회사가 전쟁터라지만 불행까지 배틀을 뜰 필요는 없을텐데

"앞으로의 이야기는 사실을 재구성하여 작성되었으며 특정인과 관계가 없습니다" 전쟁통에서도 사랑은 싹튼다더니, 그지같은 우리회사에도 내가 의지하고 존경할 분들이 있다. 내 인생/학교 선배이자, 내 멘토이자, 내 롤모델인 분인데 물론 그 분은 본인이 이런 중책을 맡고 계신지 모른다. 최근 그 분의 글을 읽을 기회가 있었는데,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2년여간 그 분을 알고 지내면서 한번도 들려주시지 않았던 속깊은 내용이었다. 분노와 욕설이 가득한 내 글과는 달리 담담하고 꾸밈없는 글을 읽고 "나 이런 부정적인 글만 써도 되는걸까?"라는 반성과 함께, 예전 박경리 작가님에 대한 기사가 떠올랐다. 전쟁통에 남편을 잃고, 몇년 뒤 아들까지 잃은 뒤에도 냉철하게 소설을 쓴 작가님에 대한 이야기였다. "하나의 어린 ..

혀짧은 소리는 5살까지만, 그 이상인 경우는 불법되면 좋겠다.

"앞으로의 이야기는 사실을 재구성하여 작성되었으며 특정인과 관계가 없습니다" 처음에는 우리팀원들이 그저 어린이집 수준인줄 알았다. 혀짧은 소리라던가 소위 애교라고 표현되는 대화법, 자기 중심적인 유아퇴행적 대화방식, 혹은 먹는 것과 자는 것과 같이 1차원적인 욕구를 참지 못하는 영유아스러운 정도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나의 순진한 생각이었다. 처음 지들끼리 아기 흉내를 내며 대화하는 것을 처음 목격하였을 때는 신기할 따름이었다. 학생시절이건 직장인 시절이건 공적인 공간에서 저런 인간을 본건 내 인생에서 처음이었기에, 미친듯이 뛰는 곱등이를 관찰하는 느낌이었다. 그땐 나한테 뛰어오르지만 않으면 상관없지. 지가 저 지랄 한다는데 뭐. 으 징그러. 거기서만 뛰어. 나한테 튀어 오르지마. 이런 느낌. 그러나..

일상소음?그래 좋다 이거야. 근데 트름은 진짜 아니지 않냐?

"앞으로의 이야기는 사실을 재구성하여 작성되었으며 특정인과 관계가 없습니다" 얼마전, 평소 좋아하는 유투버로부터 새롭게 알게된 개념이 있다. HSP(Highly Sensitive Person)라는 건데, 읽다보면 공감가는 내용도 많고, 내게 해당되는 특징이 많아서 이에 해당되는 사람인 것 같다는 그런 생각을 했다. 그런데, 오늘의 이야기는 내가 HSP인것과는 별개로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일상소음과 관련한 이야기이다. 물론 내가 청각에 굉장히 예민한 것도 사실이긴 하지만, 회사 생활을 하면서 그닥 생활소음에 괴로웠던 적은 없다. 아, 바로 직전 회사에서 맞은 편에 앉아있던 직원이 마우스와 키보드를 때려부실듯이 일을 해서 사무실 온 직원이 합심하여 무소음 마우스와 키보드를 사주는 등의 일이 있었던 것을 빼면..

당신이 나에게 해줄 수 있는 조언은 하나도 없어요.

"앞으로의 이야기는 사실을 재구성하여 작성되었으며 특정인과 관계가 없습니다" 처음에는 ㄱ씨를 전형적인 중산층 남성이라고 생각했다. 본인은 다른 남성들보다 깨어있다고 생각하면서 자신이 가진 성별 특권을 굉장히 잘 활용하고 "난 아쉬울게 없어"라는 태도로 우위를 점하려 하는 그런 전형적인 남성. 하는 짓 보면 제대로 아는 건 없는데 약삭빠르게 흉내내는게(물론 이게 능력이라면 능력이겠지만), 모르는 화제에서는 자기가 떠들 수 있는 화제로 전환하기 일수였고, 가장 환장하는 포인트는 본인이 "평가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었다. 거기다 여러가지 갈등 상황에서 본인이 객관적인 중재자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이런 저런 말들을 하기 시작했는데, "누가 당신욕을 하더라"와 같은 말을 전하거나 남성연대를 만드는 ..

나의 입사지원서는 너의 초이스를 위한 것이 아니다.

"앞으로의 이야기는 사실을 재구성하여 작성되었으며 특정인과 관계가 없습니다"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는 이야기는 내가 겪은 것만으로도 넘치기 때문에 그저 '전달받은' 이야기는 쓰지 않으려고 했었다. 근데 이 이야기는 너무나도 한국사회의 단편을, 그리고 이 곳의 수준을 보여주는 이야기라 도저히 안 적을수가 없었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니까 이 이야기는 "B급 남성*이 회사에서 저지르는 끔찍하고 수준 낮은 이야기"이다 A씨는 나와 다른 부서의 직원이며, 나보다 나이가 많지만 직급도 낮고 입사일도 늦은 남사원이다. 초반에는 아는 척+남성 특유의 뭉개기를 시전하려던 일이 몇 번 있었는데, 나는 나대로 '받아주는 여자'가 아니라는 것을 몇번 보여주자 나와는 대화를 하지 않는 그냥 회사 사람인 그런 관계이다. 나이가 ..

사상검증하면, 걸러내실수는 있고?ㅋㅋㅋ

"앞으로의 이야기는 사실을 재구성하여 작성되었으며 특정인과 관계가 없습니다" 나는 나름 다양한 회사의 면접 경험이 있고, 면접까지 가기만 하면 늘 합격을 했었다. 그건 내가 말을 잘한다거나 다른 지원자보다 뛰어나서가 아니라, 아마도 지원한 자리에서 요구하는 겸손한 태도와 적절한 적극성을 연기한 것에서 비롯된 결과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솔직히 말하면 물어보는거 다 거기서 거기기도 하고 답변도 거기서 거기라고 느꼈었다.뭐 운이 좋았기도 했겠지만. 그런데, 지금의 직장처럼 대놓고 면접에서 사상검증을 하는 곳은 처음이었다. 물론 내가 주로 경력을 쌓아온 곳들이 공정채용에 대해 의무가 있는 기관들이었고, 이제 생각하면 심사위원들도 이에 대한 공감대가 있는 분들이셨던 것이었겠구나싶다. 현회사의 면접은 일단 심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