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된 내용에는 영화의 스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저는 누군가에게 '반한다'라는 감정을 인생에서 총 3번 경험했는데요. 전부 여성이었고, 전부 스크린 속 가상의 인물입니다. 그 중, 제가 가장 사랑하는 배우의 새영화이자 후속작이 25년 7월 넷플릭스에서 공개된다기에 팬심을 그득그득 꽉차게 담아 글을 하나 써볼까합니다.
그니까, 2020년 7월 넷플릭스에서 공개되었던 '올드 가드' 를 소개..한다기보다 샤를리즈 테론 찬양글입니다. 이 분 진짜 나 미쳐 죽는 꼴 보고 싶어서 이렇게 연기하나 싶은데 안보면 더 미치니까 다같이 미치길 바라는 마음으로 글 써볼게요.
*지나친 팬심으로 일부 격한 표현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올드가드'는 그래픽노블 원작이 있는 영화라고 하는데, 일단 저는 원작에 대한 정보 1도 없이 영화를 시청했습니다. 샤를리즈 테론이 찍었으니 어차피 멋질거라서 그냥 냅다 보면 된다는 생각이었어서요. 봤더니 역시나 심하게 멋있었죠, 뭐. 나 또 미쳐.
영화의 내용을 한 줄로 요약하자면 '죽지 않는 불사의 존재들이 '불멸단'을 결성해 인류를 구한다'인데요. 이 과정에서 흥미롭게 본 내용을 조금 써볼게요.
1. 시작도 끝도, 모든 것은 앤디.
앤디는 불멸단에서 가장 나이가 많고, 불멸단의 보스입니다. 그리고 영화가 시작하는 장면에서 앤디는 나래이션으로 불사(不死)에 대한 고뇌, 삶을 끝내고 싶다는 마음을 언급합니다. 지긋지긋하도록 끝나지 않는 삶과 희망이 없어 보이는 인류에 대해 매우 비관적인 대사들을 말합니다. 하지만 앤디는 바버야..인류에 희망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끝없이 사람을 구하는 앤디는 바버..그리고 그 앤디를 사랑하는 나는 더 바버..
주접은 (잠깐)멈추고 이야기하자면.. 우리는 모든 것의 '시작'과 '끝'을 잘 알 수 없습니다. 알수 없을 뿐 아니라, 그걸 결정하는 것 조차 불가능할 때가 많습니다. 아침 메뉴 결정부터 대학진학을 위한 학과 선택, 직업 선택까지 그 모든 것의 시작과 끝은 무엇일까요? 오롯이 내가 주체적으로 해 온 일이라 할 수 있을까요? 특히 여성의 삶에 선택이라는 것이 오롯이 자유로운 순간이 있긴 했을까요? 내 선택의 시작이 누구로부터 영향을 받았고,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지를 고찰해보면 볼수록 기분이 딱히 좋진 않습니다 ㅋㅋ
그래서 앤디의 대사가 주는 희열감이 매우 컸습니다.
불멸단에 갓 합류한 젊은 단원 '나일'이 전투상황에서 앞장 서겠다고 나서자 앤디는 말합니다. '늘 언제나 첫번째는 나였어. 이번에 잘 안되면(내가 세상을 떠나면) 그땐 네가 첫번째야'
그리고 무기하나 없는 상태에서 총으로 완전 무장한 적을 마주한 순간, 앤디는 맨몸에 비상용 도끼 하나 들고 말합니다. '다 끝내버리겠어'라고요. 그리고 진짜로 다 조져버리잖아요. 이 분 진짜 나 미치게 만들어.
누군가는 이 영화가 클리쉐 범벅이라고 하지만, 주체적, 주도적인 여성 캐릭터가 클리쉐라 불릴만큼 많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더 많은 여성들이 여성히어로 캐릭터를 봐야해요. 특히 여성 청소년들이요. 가능하면 앤디처럼 노메이크업에 젠더리스한 복장의 캐릭터가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여성이 여성에게 부여하는 리더의 대물림이 더 많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남자아이들이 존멋(으로 그려진) 남캐릭터를 보며 감정이입하듯, 여자아이들도 히어로에 감정이입하길 바랍니다. 남성으로부터 구원받고, 인형처럼 예뻐야 하는 여성상에 감정이입하고 그걸 꿈꾸지 않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그래서 앤디가 보여주는 시작과 끝이 제게는 매우 의미가 컸습니다.
2. 최소 500년 넘게 개싸움하면 존나쎄가 된다는 걸 납득시킨 액션. 몸을 잘써도 너무 잘쓴다.
샤를리즈 테론이 몸을 잘 쓰는거야 너무 유명해서 언급할 필요가 없을 것 같지만, 도저히 말을 안할래야 안할수가 없습니다. '매드맥스-퓨리로드', '아토믹 블론드'에서 보여준 액션이 있는데 그 이상 뭐가 나오겠어? 싶었는데 이 분 미치셨어요.
샤를리즈 테론은 모델 출신이기도 하고, 외모가 너무 아름다워서 파워풀한 액션이 가능할까라는 아주 쓸데없는 의문이 들 수도 있지만, 액션씬을 한번 보고나면 얼굴보다 그녀의 액션에 더 반합니다. 근데 또 얼굴 클로즈업하면 또 얼굴에 반하고요. 그냥 "멋있어, 근데 이뻐. 하 근데 너무 멋있다. 아니 근데 너무 존예잖아"의 무한 반복입니다.
더 희열감이 드는 것은 '예뻐 보이는 것은 전혀 신경쓰지 않고 보여주는 미친 액션'이라는 겁니다. 수많은 마블의 영화 속 히어로들은, 전투장면에서조차 완벽한 화장과 머리셋팅을 한 모습인 경우가 많잖아요. 그게 너무 기이하고 몰입을 깬단 말이예요. 세상을 구하러 온 히어로가 마스카라 슉슉 바르는 모습을 상상하면 몰입을 깬다구요.
그러다보니 숏컷에 화장기 없는 앤디의 액션씬은 진짜 우주최강 지구촌 영웅이다!! 싶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근데 그 액션이 초반에는 엄청나게 절제된 상태로 표현되는데, 클라이막스에는 분노에 가득차서 표현되거든요. 하다하다 액션에도 감정을 담는 그녀가 너무 좋아서 저는 이미 미쳐버린거 같아요.
3. 연기까지 잘해버리니까 내가 미쳐버린다.
샤를리즈 테론은 외모뿐만 아니라 목소리도 좋습니다. 그러다보니 연기자가 갖추면 유리한 조건을 다 갖춘 상황..인데 연기까지 잘해버립니다.
사랑하는 친구를 500년 전에 잃고 죄책감과 허무함에 빠져 살면서도 선한일을 하겠다는 눈빛, 그리고 죽음이 다가온 사실을 알았을때의 그 눈빛, 불사의 이유를 깨달은 순간의 눈빛까지. 눈에 별을 갖다 박았는데 그 별로 연기를 미친듯이 해버리니까 제 눈은 멀어버릴수 밖에요.
수많은 사람들이 '몬스터'에서의 샤를리즈 테론 연기가 최고였다고 말합니다. 저 역시 동의하고요. 화장실 핸드드라이어로 머리를 말리던 모습을 생각하면 아직도 가슴이 먹먹합니다. 근데 팬에게는 그녀의 모든 연기가 최고..입니다. 그리고 올드가드에서 그녀는 허무와 죄책감과 희망과 분노를 다 담고 있는 불멸단 그 자체였습니다. 왠지 역사책에서 본거 같아.. 진짜야.. 사실 외모부터가 인간 같지가 않았어.. 싶은 그런 마음이요.
4. 피상적인 가치는 아무소용 없다. 사람자체가 멋이 나야된다.
다 낡아빠지고 여기저기 벗겨져버린 가죽자켓, 검은색/회색 난닝구, 검은색 티셔츠. 샤를리즈 테론이 이 영화에서 입은 의상은 아마 5벌도 안될겁니다. 근데 그 와중에 따라하고 싶은 거 뭡니까 진짜. 멋있으니까 누더기 같은 옷도 따라하고 싶어지는 거 너무 등신같은데 진심이라 더 심각합니다..
그 중에 제일 인상적이었던게 바로 세월의 흔적을 보여준 가죽자켓이었는데요. 앤디의 삶에 비하면 저 쟈켓 얼마 안입은 거겠지? 마녀로 몰려 불태워지고, 매질을 당하고, 실험실의 쥐로 갇히는 경험까지 하고 나서도 몇백, 몇천년간 선행을 베푸는 자에게 가치 있는 것이란 무엇일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 미친. 진짜 멋있어.
아, 그리고 영화 첫장면에 불멸단이 조우하는 장면에서 앤디에게 바클라바*를 건네며 어느 지역의 것인지 맞추는 게임을 하는데요. 헤이즐넛, 흑해, 로즈워터, 석류 이런 재료가 들어갔다면서 앤디가 맞추는 장면이 있어요. 이 장면은 샤를리즈테론이 했기 때문에 납득이 가는 장면입니다. 그냥 멋이 사람으로 태어나면 이 사람이예요!! 다른 사람이 했으면 주접떤다고 제가 아주 지랄병을 떨었을 겁니다.
*바클라바: 오스만제국 때부터 있었던 후식이라고 합니다.
누군가에게는 이 영화가 단순 타임킬링용 영화일 수 있지만, 제게는 심장킬링용 영화였습니다. 진심 일주일에 한번 이상은 틀어놓는 영화예요. 한번 보고 심장 저격당해서 죽고, 한번 다시 봐서 심장 충격으로 살려내는.. 죄송합니다..죽음을 희화화하는 건 좀 자중하겠습니다.
이 영화의 감독이 '더 우먼킹'을 찍은 '지나 프린스-바이스우드'감독이더라구요. 그래서 올드가드2도 아주 기대가 됩니다.
올드가드2는 7월 2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다고 합니다.
여름을 기다리는 이유가 하나 생겨서 아주 기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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